Shokz OpenFit Air 사용기

샥즈의 오픈핏 에어를 산 건 작년 10월이었다. 외이도 감염인지 귀에서 진물이 너무 나서 도저히 커널형 이어폰을 쓸 수가 없었다. 골전도 이어폰을 사려고 다나와를 기웃기웃하다보니 타이밍 좋게 이 물건이 비교적 신상품이라고 알려왔다.

음질에 크게 연연해하는 타입도 아니고 아주 싸구려 소리만 아니면 적당히 좋다 아니다 정도만 느끼는 정도라서 음향기기는 최신 제품은 잘 안 사는 편이다. 마지막으로 샀던 음향 기기가 SonoFlow 헤드폰이었는데 그것도 아직까지 잘 쓰고 있다. 총평을 하자면 오픈핏 에어가 기존의 이어폰과 다르다지만 이어폰과 헤드폰만큼의 차이는 아니었기 때문에 충격은 덜했지만 나름대로 잘 산 물건인 것 같다.

상품 페이지에서도 그렇고 사람들도 그렇고 하나같이 하는 말이 이어폰을 착용하고 있는 걸 잊어버릴만큼 가볍고 착용감이 좋다는 것이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생각한다. 착용법에 익숙해져야 하고 조금이라도 잘못 착용하면 고정이 안 되어서 이어폰이 귓바퀴를 끼고 돈다. 소리가 공중에 뜬 것처럼 들리는 건 덤이다. 제대로 착용이 되어도 안경과 마스크까지 끼고 있으면 어쩔 수 없이 귀를 압박한다. 하나라도 벗을라치면 서로 뒤엉켜서 난리도 아니다.

다만 운전같이 집중해야 하는 일이 있을 때에는 다른 이어폰에 비해서 방해가 압도적으로 적은 편은 맞다. 무게도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가볍고 제대로 착용했다는 전제 하에 착용감도 나쁘지 않다. 배터리도 준수해서 케이스 없이도 6시간 정도는 가볍게 버텨준다. 외부 소리도 볼륨따라 다르지만 어느 정도 섞어서 유입되니 장시간 끼고 있어도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

이건 너무 잘해서 아쉬운(?) 부분인데 그러다 보니 한 쪽만 끼고 있을 이유가 많이 사라진다. 한 쪽만 끼면 그 사이에 나머지 한 쪽을 충전하면서 교대로 쓰면 되는데 양쪽을 동시에 끼다보니 충전할 틈이 없어진다. 결국 충전하는 동안은 강제로 귀에서 빼게 된다. 그렇다고 한 쪽만 끼니 외부 소음이 75%를 차지하면서 효용이 떨어진다. 충전이 오래 걸리지는 않으니 타협을 보면 되긴 하지만 뭔가 아쉽다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다. 역시 인간은 간사한 생물이다.

터치패드는 사람들이 지적하는 이 이어폰의 가장 아쉬운 점 중 하나인 것 같다. 크기가 작은 물건의 특성상 터치는 오동작하기 쉽고 실제로 동작해야 할 때는 정작 인식이 안 되는 경우도 있어서인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터치 인식은 꽤나 예민한 편인데 잡아야 하는 곳만 피해서 잡으면 오인식은 많이 줄일 수 있는 듯 하다. 다만 커스터마이징에 제약이 큰 건 좀 아쉬운 지점인 것 같다.

근 반 년 쓰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충전 케이스였다. 케이스 재질 이런 문제가 아니라 대충 던져넣으면 이어폰이 단자에 접촉이 안 되서 충전이 안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있었다. 심지어 집어넣는 순서도 오른쪽 이어폰이 먼저 들어가지 않으면 충전이 안 되는 듯하다(그럴리가 싶지만 나는 그랬다) 충전시킨 줄 알았는데 안 돼서 다음 날 보면 배터리 잔량이 10%인 일도 있었다. 충전하려면 한 쪽씩 정중하게 케이스에 넣고 꾹꾹 눌러주어야 했다. 의외로 그 부분이 쓰면서 제일 불편했다.

블루투스 연결은 잘 붙었지만 5.0 규격이라고 해도 여전히 전파가 몰리는 곳에서 끊기는 현상은 어쩔 수 없었다. 가끔씩 못 찾고 헤매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TCY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애교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가격 차가 얼만데 당연한 건가 싶기도 하고. 멀티 페어링에 앱이 필요한 건 좀 짜쳤는데 어차피 자주 바꿀 건 아니니까 넘어갈 만하다. 한 번 설정해두면 생각한대로 잘 작동하니 봐줄 수 있다. 소리는 내가 민감한 영역이 아니니까 넘어가지만 볼륨에 따라 외부 소음이 들어오는 양이 바뀌는 건 좋게 말하면 재밌었고 나쁘게 말하면 거슬렸다. 볼륨을 계속 바꿔야 했으니까.

총평했듯이 전체적으로 흠이 없진 않지만 용서가 되는 수준에서 그럭저럭 만족스럽게 쓸 수 있는 무선 이어폰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귀에 감염 증상이 있다면 현재까지는 달리 대안이 없지 않나 싶은 물건이다. 앞으로도 꽤 오래 쓰게 될 것 같다.

* 이 글은 Obsidian에서 작성되어 발행된 첫 글이다. 안타깝게도 xmlrpc를 이용해서 발행하는 건 실패했다. 대신 miniOrange 플러그인을 써서 인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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